본문 바로가기
issue

탄핵심판, 늦어지는 선고. 흐려지는 정의

by 시사싱싱 2025. 3. 27.
반응형

 

 

[탄핵심판] 늦어지는 선고, 흐려지는 정의 —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시간들

 

 

사람들은 기다린다. 단지 판결의 결과가 아니라, 그 판결이 왜 지금의 대한민국에 필요한가를 확인받기 위해서다. 윤석열의 탄핵심판절차가 어느덧 백일을 훌쩍 넘겼다. 헌법재판소는 매일 평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어떤 결론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신중함인가, 주저함인가. 침묵은 길어지고, 시민들의 마음은 타들어 가는 중이다.

 

정의는 때로 판결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거리에는 이미 시민들이 나와 있다. 민주노총은 오늘 하루 총파업을 선언했고, 전국 곳곳의 광장에는 다시 저항의 빛이 거대해지고 있다. 이들은 오직 한 사람의 파면만을 외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헌법이라는 이름으로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지를 지켜보고자 함이다.

 

 

 

그리고 이제, 목소리를 낸 것은 시민만이 아니다. 문인 2487 명이 탄핵 심판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며 "정의는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라고 외쳤다. 그들은 문학의 언어로, 시대의 혼란과 국민의 절망을 호소했고, 헌재를 향해 '침묵을 멈추라'라고 선언했다. 글과 말, 그리고 시는 결국 시대를 향한 증언이자 증명이 된다.

 

이제 탄핵은 법률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 전체의 신뢰를 상징하는 말이 되었다. 이 시점에서 헌재의 침묵은 곧 공적 신뢰의 침식이 된다. 사람들은 매일 뉴스와 날짜를 확인한다. 3월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고, 헌재는 통상적으로 선고일을 2~3일 전에 공지한다. 이번 주도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418일이면 두 명의 재판관이 퇴임한다. 이후엔 선고 요건인 재판관 7명이 충족되지 않아 헌재의 기능은 사실상 정지된다.

 

이는 표면적인 인사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일이다. 국가 사법 기능의 정지이자, 국민으로 하여금 법은 지금도 유효한가?”라는 회의에 빠지게 하는 현실이다.

 

기억하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헌재는 재판관 임기 만료 3일 전 선고를 내렸다. 금요일 아침, 전 국민이 텔레비전 앞에서 숨죽이며 그 순간을 지켜봤다판결의 내용만큼이나, 그날의 절차와 준비는 국민에게 법은 살아 있다라는 감각을 줬다.

 

지금은 어떤가. 한 달 넘게 이어지는 평의, 공지되지 않는 선고일, 감감무소식의 침묵. 이 공백은 국민의 믿음을 허물고 있다지금 헌재 앞에 놓인 것은 단순한 법조문 풀이가 아니다. 우리는 헌법을 믿고 살아갈 수 있는가? 그 믿음을 이어갈 수 있는가? 이 신뢰는 결과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태도에서 비롯된다.

 

신중함이 주저함이 되지 않도록, 원칙이 모호함으로 흐려지지 않도록, 헌재는 결단해야 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누군가를 끌어내리는 쾌감이 아니다. 이 사회가 여전히 헌법이라는 이름으로 정의를 말할 수 있다는 희망, 그 가능성의 증명이 필요하다그리고 그 증명은 더 이상 늦어져서는 안 된다. 시간은 흐르는데, 믿음은 지연될수록 약해진다.

 

이 탄핵 심판의 지연은 절차의 껍질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시대 정의에 대한 회의, 공적 책임에 대한 침묵, 시민의 목소리에 대한 둔감함이 스며 있다많은 국민은 이미 느낀다. 헌재의 늦어진 발걸음이 우리 사회의 정의·평등·민주주의의 긴장감을 무디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헌재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그 자리를 대신 채우는 것은 소문과 오해, 그리고 불신이다. 정보가 사라진 자리에 감정이 쌓이고, 절차가 지연된 자리에 냉소가 퍼진다. 누구도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시민들은 법의 언어가 아닌 정치의 계산만을 읽게 된다.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이미 여론은 둘로 갈리고, 헌재는 의도치 않게 그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된다. 이 공백이 길어질수록 사법이 사회를 통합하는 힘이 아니라 분열의 빌미가 될 수 있음을 헌재는 직시해야 한다.

반응형

 

 

지금은 판단이 정치인지 법인지를 증명해야 할 시간이다우리가 지켜보는 건 단지 하나의 재판이 아니다민주주의 사회에서 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시험하는 장면이다만약 선고가 더 늦어진다면, 이는 헌재가 시대의 물음에 응답하지 않고 회피하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헌법은 국민의 삶 속에서 구현될 때 진정한 효력을 갖는다그 효력이 멈추는 순간, 국가는 그 역할을 잃기 시작한다헌재 재판관들도 이 무게를 모를 리 없다그들이 짊어진 것은 단순한 판결문이 아니다그것은 오늘의 역사이며, 내일의 기준이 될 것이다.

 

신뢰는 정확한 판단보다, 올바른 시점에서의 결단을 통해 쌓인다. 그래서 늦어지는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 판결을 기다리는 이유는 하나다법이 무엇인지, 정의가 무엇인지, 다시 묻기 위해서국회는 정치의 목소리를 냈고, 시민은 도덕의 목소리를 냈다이제 헌재는 법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세 목소리가 만날 때, 우리는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그리고 바란다이 기다림이 헛되지 않기를침묵이 단지 계산된 시간 끌기가 아니라, 진정한 정의를 향한 고뇌였음을 믿고 싶다.

 

헌재가 마침내 결론을 내리는 날, 우리는 다시 묻게 될 것이다. "우리는 헌법 위에 살고 있는가?" 그 대답은 지금, 이 시간에 쓰이고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