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복의 그림자: 사법 권력의 유착과 침묵
- 침묵은 무해하지 않다. 법복 아래 감춰진 공모의 언어
- 칼보다 두려운 건, 누구를 향해 칼을 쥘지 결정하는 손
- 법은 삶을 품는 그릇이어야 한다. 지금은 권력을 담는 병기
- 말하지 않는 법은 망각의 공범이다. 기억은 정의의 시작
사법은 언제부터 침묵을 선택하게 되었는가. 침묵은 중립이 아니라 방향이다. 말해야 할 때 외면하고, 말하지 않아야 할 때는 불필요한 해석으로 자신을 스스로 감싸 안는다.. 그 침묵은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권력과의 비밀스러운 거래다. 정의의 이름으로 외면한 불의, 그것이 오늘날 사법의 가장 깊은 상처다. 우리는 그들의 침묵을 허용하며, 간접적으로 불의에 일조하고 있다.
법복을 입은 이들은 서로의 흠결을 감추는 데 익숙하다. 그들은 법률의 문장을 들고 있지만, 그 시선은 늘 권력의 흐름을 좇는다. 판결은 선명하지만, 그 뒤의 해석은 흐리멍덩하다. 그 틈에서 정의는 감정 없는 문서로 변질된다. 때론 침묵이 가장 큰 변명이고, 그 침묵은 입막음이라는 정교한 장치로 기능한다.
검찰의 기소 독점은 날카로운 칼이 아니라, 감춰진 손이다. 그 손은 언제나 권력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며, 국민을 향할 땐 정의의 탈을 쓰고, 권력을 향할 땐 주저 없이 눈을 감는다. 진짜 두려운 건 칼이 아니라, 그 칼을 언제 꺼내느냐를 결정하는 힘이다. 선택적 기소는 가장 세련된 방식으로 정의를 가린다. 우리는 이제 날보다 손의 윤리를 물어야 한다.
법원은 존재 이유를 자주 망각한다. 침묵은 신중함이 아니라 무책임의 다른 이름이다. 판결문은 말하지만, 그 말은 해석의 책임을 회피한다. 침묵은 언제나 권력의 보호막이 되고, 신뢰는 그 틈에서 꺼져간다. 설명하지 않는 법은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셈이다.
전관예우는 단지 부패가 아니라, 윤리의 붕괴다. 그것은 일시적 혜택이 아닌 구조적 위계로, 정의를 고가에 거래하는 방식이다. 경력은 실력을 가리고, 이름은 판단을 흔든다. 법은 사람을 가르지 않는다고 하지만, 법정은 이름과 배경에 따라 공기의 밀도를 바꾼다. 우리는 더 이상 법이 공정한 경기를 위한 규정이라 믿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묻는다. 왜 이 고장은 반복되는가? 왜 침묵은 계속 합리화되는가? 언제까지 우리는 이 구조에 순응해야 하는가? 법은 문장 이전에 삶이어야 한다. 삶을 파괴하는 법이라면, 그 자체로 무효다. 고장이 반복되는 구조는, 누군가에게 이익을 안겨주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사법 구조는 투명해야 한다. 투명하지 않으면 법은 공포의 장치가 되고, 정의는 장식이 된다. 오늘의 법은 관료주의의 색을 입고, 윤리보다 속도를 택하고 있다. 진실을 회피하는 절차는 아무리 세련돼도, 본질을 왜곡한다. 절차는 인간을 위한 틀이어야 하지, 인간을 억압하는 틀이어선 안 된다.
법정은 더 이상 공공의 광장이 아니게 되었다. 권력의 울타리인가, 시민의 권리장전인가. 국민이 느끼는 사법에 대한 불신은 감정이 아닌 시대적 직감이다. 외면받은 감정은 결국 저항으로 돌아온다. 분노는 정치가 되고, 정치가 제도를 바꾼다. 우리는 질문을 모으는 중이다.
사법농단 이후, 실형을 받은 책임자는 없다. 모든 잘못은 관행으로 덮였고, 제도는 법복을 보호막으로 삼았다. 헌법 위에 앉은 그들은 헌법을 위반하면서도 책임지지 않았다. 우리는 침묵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억은 고통스럽지만, 정의의 이름으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 침묵을 거절하는 것이 곧 기억을 지키는 일이다.
사법은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다. 그 보루가 무너지면 국가의 나침반은 사라진다. 지금은 갈림길이다. 침묵하는 시민은 사법 권력의 공범이 된다. 법은 시민의 것이어야 하고, 권력을 위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법이 살아 있으려면, 시민의 감시도 살아 있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말해야 한다. 말은 기억을 낳고, 기억은 저항을 이끈다. 사법의 침묵을 깨우는 일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목소리는 길을 잃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길을 만든다. 언어는 법을 다시 쓸 수 있는 유일한 연장이다. 침묵은 무기력이지만, 말은 곧 정의의 망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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