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은 오지 않았다: 다시 계엄 앞에 선 우리
1. 영화에서 현실로, 역사는 반복되는가
영화 <서울의 봄>은 역사의 중턱에서 멈춘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1979년 12월 12일, 군 내부에서 벌어진 명령 불복종과 반란은 단순한 쿠데타가 아닌 시대의 전환점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2025년, 대한민국은 또 한 번 계엄령이라는 단어 앞에 섰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경고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기억하지 못한 과거는, 반복될 운명을 갖는다.”
2. 장태완은 있었지만, 지금은 없었다
장태완 수경사령관은 전면적 병력 동원이라는 명령 앞에서, 단호히 거절을 택했다. 그의 선택은 개인의 용기를 넘어서 헌법의 명확한 준수였다. 그는 상부가 아닌 원칙에 복종했고, 질서보다 정의를 우선시했다.
2025년, 같은 상황에서 비슷한 선택을 한 인물은 보이지 않았다.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을 받았던 지휘관들은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다”라고 회피했다. 진실은 침묵 속에 묻혔고, 책임은 어디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명령은 따랐지만, 헌법은 지키지 못했다.” 그것이 오늘날 군의 민낯이다. 우리는 그 날의 장태완을 기억하는가, 아니면 그저 추모하는가.
3. 군은 왜 생각하지 않게 되었는가
오늘날 군은 과거보다 더 체계적이고 전문화되어 있다. 그러나 그 구조 속에서 사고의 자유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복종은 덕목이 되고, 질문은 금기가 된다.
707특임단장이 “국회의 기능을 몰랐다”라고 말한 순간, 민주주의는 한 번 더 조롱당했다. 군은 시민과 헌법을 보호할 존재이지, 무지를 방패로 삼는 조직이 되어선 안 된다.
“사유하지 않는 권력은 언제나 시민을 향한다.”
지금의 군은 절차를 따를 뿐, 그 의미를 묻지 않는다. 그런 구조 속에서 장태완은 태어날 수 없다. 태어났더라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4. 법을 모르는 사령관과 무너진 헌법
2025년 계엄 포고령은 ‘정당 활동 및 국회 기능 중지’를 명시했다. 이는 헌법 제77조에 명백히 위배되는 조항이다.
그럼에도 아무도 이를 검토하지 않았고, 발표는 강행됐다.
사령관들은 “법적으로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시간이 없었다”라고 변명했다. 법적 절차보다 상황 논리가 우선시되는 순간, 민주주의는 무너진다.
침묵은 항상 권력을 편들고, 방기는 국민을 저버린다. 계엄령은 단지 물리력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것은 헌법 질서에 대한 일종의 선전포고다. 그리고 우리는 그 전쟁에서 침묵으로 패했다.
5. 1979년엔 시민의 저항이 없었다?
12·12 당시의 시민들은 침묵했다. 그 침묵은 무관심이 아닌, 억압된 구조와 차단된 정보의 결과였다. 정보가 닫힌 사회는 행동을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2025년의 시민은 다르다. SNS를 통해 포고령이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법률적 분석이 확산됐다. 디지털 광장은 이미 작동 중이었다.
MZ세대는 감각적으로 반응했고, 권력은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았다. 시민은 더 이상 방관자가 아니었다.
6. 다시 묻는다: 군은 누구를 향해 있는가
군은 본질적으로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나 특정 정치 권력과 결탁한 순간, 그 존재는 위협으로 바뀐다. 2025년의 계엄은 그 전환점이었다.
김용현 전 장관, 박안수 계엄사령관, 707 지휘관들 모두 책임을 회피했다. 명령 체계 안에서의 충성은 법 앞에서 무의미하다. 군은 시민이 아닌 권력을 지키기 위해 움직였다.
장태완이 필요했던 이유는 단지 충돌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 질서는 헌법이며, 시민의 권리다. 우리는 지금, 그 질서를 회복할 책임이 있다.
7. 시민의 시간은 다시 시작되었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사람은 달라진다. 2025년의 계엄 사태는 분명한 경고다. 그러나 그것은 곧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가 기억하고 기록하고 말하는 순간, 역사의 방향은 바뀐다.
장태완의 자리는 단 한 명의 것이 아니다. 지금은 모두가 그 자리에 서야 할 때다.
“서울의 봄은,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계절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내야 할 약속이다.”
탱크 앞에 서 있는 것은 더 이상 한 사람이 아니다. 그것은, 깨어 있는 시민의 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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