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을 바라보는 세계의 언론
윤석열 탄핵에 대한 세계 언론의 해석과 그 의미
헌법의 칼날은 무뎌지지 않았다
2025년 4월 4일,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를 만장일치로 인용했다. 헌정사에 다시금 굵직한 궤적을 그은 이 결정은 국내를 넘어 세계 언론의 촉각을 세우게 만들었다. 단순한 정치적 단죄를 넘어, 헌법과 시민의 힘이 권력의 남용을 제어하는 순간이었다. 세계는 이 판결을 어떻게 읽고 있는가.
AP통신 - “무너진 통제, 되살아난 헌정질서”
AP는 이번 판결을 속보로 내보내며, 윤 전 대통령이 입법 마비 상태를 타개한다는 명분 아래 군 병력을 국회에 투입하고 계엄령을 선포했던 사태의 정점에서 해임당했다고 보도했다.
“불과 넉 달 전, 윤 전 대통령은 국회를 무력으로 잠재우려 했지만, 오늘 그는 그 헌정을 수호하는 법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 묘사하며, 이번 해임 결정이 한국 민주주의의 ‘복원력’을 입증한 것이라 강조했다. AP는 헌재가 “헌법을 위반한 자를 직무에서 물러나게 한 사법적 정당성”을 중심에 놓고 해석하며, 이를 절차에 의한 치유로 조망했다.
AFP통신 - “군림은 실패했고, 헌법은 남았다”
AFP는 강도 높은 언어로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을 *‘참혹한 선언’*이라 규정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의 행위는 단순한 위기 대응이 아니라 시민 권리를 무시한 정치적 폭력의 형태였으며, 문민 통제의 원칙을 무너뜨린 사건이었다.
AFP는 이를 두고 *"한국 민주주의가 권력의 전횡 앞에서 법의 이름으로 응답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프랑스 언론 특유의 공화주의적 시선이 투영된 이 분석은, 군의 개입을 용인하지 않는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확고한 경계심을 드러낸다.
뉴욕타임스 - “법은 대통령 위에 존재한다”
뉴욕타임스는 판결 직후 메인 화면에 라이브 블로그를 개설해 시시각각 전개되는 상황을 전달했다. 그들은 이번 판결을 *“동맹국의 민주주의가 시험대에 올랐다가 제 발로 다시 일어선 장면”*이라 표현했다.
특히 “한국의 최고 법원이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을 해임했다는 것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사법적 역량이 온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강조하며, 이를 미국 내 독자들에게 ‘거울’처럼 제시했다. 자국 정치의 균열을 경험하고 있는 미국 사회에서,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오히려 민주주의 회복의 상징으로 비춰졌다.
NHK - “셔틀 외교에서 탄핵까지, 일본의 주목”
일본 공영방송 NHK는 이날 기존 프로그램을 끊고 **‘윤석열 탄핵 재판, 즉시 파면’**이라는 자막 속보를 긴급 송출했다. 보도는 윤 전 대통령이 임기 내내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와의 셔틀 외교, 강제징용 해법 제안 등으로 한일 관계 개선에 공을 들였다는 점을 비중 있게 다뤘다.
그러나 NHK는 그의 행보가 헌법의 명백한 위반으로 귀결되었음을 짚으며, “외교적 역할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치에서의 신뢰 붕괴가 파면으로 이어졌다”라고 진단했다. 이는 일본 입장에서 ‘우호적이었던 정권의 급전직하’를 바라보는 양가적 시선을 드러낸다.
BBC·가디언 - “광장은 외면하지 않았다”
영국의 BBC와 가디언은 이번 판결을 거리의 시민과 헌법 기관이 만들어낸 공동의 결과로 해석했다. 특히 가디언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 시도는 실패한 쿠데타였으며, 헌법재판소는 이를 법으로 되돌려 놓았다”라고 보도했다.
BBC는 시민들의 대규모 집회 장면과 헌재 판결을 함께 조명하면서, “한국 사회의 시민 역량과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함께 작동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민주주의가 단지 선거만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거리의 목소리와 법의 균형이 공존해야 한다는 시각이 담긴 평가였다.
신화통신 - “한반도 정세, 다시 미지수”
중국의 신화통신은 상대적으로 절제된 어조로 보도했지만, 그 속에는 한국의 정치 공백이 지역 안보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가 배어 있다.
그들은 “한미일 공조 체계 내에서 리더십의 공백이 외교적 유동성을 가속화할 수 있다”라고 분석하며, 한반도의 불안정성이 증가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또한 중국 입장에서는 ‘내정 불안’ 프레임을 통해 자국 체제의 안정을 강조하는 방식으로도 활용하고자 하는 태도가 읽힌다.
교차하는 해석들: 위기에서 길을 찾은 헌법
세계 언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을 한국 민주주의의 중대한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공통으로는 헌정 질서의 회복, 계엄령 남용에 대한 사법적 단죄, 시민과 법의 결합을 중심으로 평가했으며, 각국의 정치 문화와 외교적 입장에 따라 해석의 결은 다르게 나타났다.
- 미국·영국 언론은 민주주의 복원의 성취를 강조했고,
- 프랑스·일본 언론은 리더십 공백과 외교 연속성의 위기를 주목했으며,
- 중국 언론은 한반도 전체의 균형에 주의를 기울였다.
다시 시작하는 질문: ‘정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번 판결은 단순히 대통령 한 사람의 해임이 아니다. 그것은 권력이 헌법보다 위에 설 수 없다는, 그리고 시민과 법이 연대할 때 제도는 살아난다는 근본적 메시지였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은 민주주의의 회복이 ‘제도의 작동’에 달려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으며, 이제 남은 과제는 그 제도를 지탱할 시민의 성찰과 정치의 책임이다.
무너졌던 신뢰는 다시 쌓아야 하며, 흔들렸던 공론장은 더 단단해져야 한다. 세계가 주목한 오늘의 판결은, 한국 민주주의가 스스로를 구한 날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